눈...

난 눈이 싫다..

군시절, 강원도 양구에서 군생활을 했고

전방 철책에 올라갈땐 겨울의 시작에 올라가서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 내려왔었다.

뭣모르던 어린시절엔 흩날리는 눈을 보며 캐롤에 취하고 낭만에 취해

즐거웠던 기억이 전부였던 나에게... 순백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던 내게

강원도는 말그대로 눈지옥의 결정체였다.

겨울이면 일어남과 동시에 재설도구 챙겨나가 눈치우고 쓸어담고 한쪽에 몰아넣고....

어느땐 눈이 너무 많이와서 아침 점호 시간에 연병장으로 나가야하는데

1미터 넘게 내린 눈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아 내무반 점호를 한적도 있었으니 ㅠㅠ

내 기억에 그 한주동안은 눈만 치웠던거같다.

왜냐하면 내무반 주변이야 반나절이면 끝나겠지만

연병장, 부대 주변 도로, 게다가 GOP로 올라가는 도로까지 죄다 우리가 일일히 빗자루로 쓸어 치워야했기때문에...

정말 징글징글했던 기억이었다.

그나마 재설차량이 지원되는 날은 내 생일보다 더 기뻤다 ㅎㅎㅎ (나머지 시간은 자유로이 지낼 수 있었으니 ㅎㅎ)

 

그랬던 나였는데...

나이가 들어서인가...

눈이라면 낭만이고 나발이고 너무 싫어했던 나였는데

이번 내린 눈은 왠지모르게 서글프고, 그 눈을 맞으며 뭔가를 해야할거 같았고...

그냥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보고 만져봤다.

보통은 그저 하루의 일기라 생각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을텐데 이 날은 그저 바라보고 느껴보고 싶었다..

 

흠....

아무래도...

늙어버린게 분명하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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